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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대출 총량관리는 왜 계속 유지될까? 금융시장 안정과 신용분산의 이면”
    금융상식 및 규제, 신용관리 2025. 7. 5. 12:34

    2020년 이후 한국의 금융정책 중 가장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기조는
    바로 ‘가계대출 총량관리’다.

    명목상 기준금리는 동결되고,
    DSR·LTV·신용대출 규제는 변화와 조정이 반복되지만,
    ‘총량관리’라는 기본 원칙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금융당국은 해마다 각 시중은행과 2금융권 금융사에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 4~5% 이내로 유지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이를 초과한 기관에는 내부 제재나 감독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은행 대출 창구에서 갑자기 “예산 소진으로 대출이 어렵습니다”라는 말을 듣거나,
    대출 실행은 가능하나 시점이 미뤄지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왜 정부는 매년 대출 총량을 통제하려 할까?
    그리고 이 총량관리라는 시스템이
    개인, 금융사, 시장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작동하는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가계대출 총량관리의 구조와 이유, 지속 배경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우리가 대출을 계획할 때 어떤 관점으로 이 제도를 이해해야 하는지 정리해본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통해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려는 정부

     

     

     

    가계대출 총량관리는 ‘대출 거절 제도’가 아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는 개별 고객의 대출을 직접 거절하는 제도가 아니다.
    이는 은행 전체의 연간 신용 공급 총액을 일정 범위 안에서 제한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금융당국은 특정 시중은행에 대해
    “올해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4% 이내에서 증가해야 한다”는 가이드를 제시한다.


    은행은 이 총량 범위 안에서 신용이 우수한 고객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그 외에는 승인 자체를 미루거나 제한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결국 어떤 고객이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신용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은행 내부의 연간 대출 예산이 소진된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총량관리 정책의 시행 연혁과 진화 과정

     

    가계대출 총량관리는 갑자기 생긴 정책이 아니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되어온 정책적 수단이다.

    2016년 당시에는 금융당국이 특정 상품군에 대해
    일시적으로 대출 증가율을 조절해달라는 수준의 비공식 권고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코로나로 인해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늘고,
    부동산 가격과 신용대출이 동반 상승하면서
    총량관리 정책은 강제성과 범위를 점차 넓혀가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처음으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에 대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5~6% 이내 유지 지침이 공문 형태로 전달되었고,
    이후부터는 매년 금융감독원이 직접 점검과 통계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2022년에는 전세자금대출이 단기적으로 중단된 은행들도 나왔고,
    카드사 역시 카드론 공급 한도를 줄이며 총량관리 협조에 나섰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일시적 규제가 아닌
    제도화된 미시적 금융규제 수단으로 자리잡았고,
    금리나 물가 상황과 무관하게 별도로 유지되는 정책축으로 고정되었다.

    이제 총량관리는 금융권의 기본 운영 원칙 중 하나로 작용하며,
    은행 내부에서도 매월 상품별 예산을 배정하는 시스템의 일부로 정착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유지하는 정책적 이유

     

    금융당국이 총량관리를 유지하는 핵심 목적은
    금융 시스템 전체의 건전성과 신용 리스크 분산이다.

     

    2020년부터 이어진 초저금리 정책으로
    가계부채는 급속히 팽창했고,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가계대출이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거나,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면
    차주들의 상환능력 악화로 인해
    은행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이러한 선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금융당국은 대출 규모 자체를 먼저 억제하는 총량관리 정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도 가계대출 총량관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은행은 본질적으로 대출을 많이 해줄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다.
    그러나 정부의 총량관리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대출을 확대할 수 없다.

     

    실제로 은행들은 총량 초과를 피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상품별 월별 예산을 정하고,
    분기 말 또는 연말에는
    일부 대출 상품을 중단하거나 승인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2021년 하반기에는
    국민은행이 신용대출 증가율 5% 초과에 따라
    한 달간 신규 신용대출 접수를 중단하기도 했고,
    같은 시기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기존 대출 고객에게 한도 감액 및 조기 상환 권고를 시행한 바 있다.

     

    이처럼 총량관리 정책은
    은행에게도 수익 기회를 제한하는 요소지만,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자율 규제라는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

     

    총량관리는 소비자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다.
    제도나 수치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대출 심사에서 거절되거나 지연되었을 때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신용점수도 높고 소득도 충분하며
    DSR 기준도 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측에서 “이번 달은 대출이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
    그 이유는 내부 대출 예산 소진 때문일 수 있다.

     

    또한 분기 초에는 대출 승인이 잘 나다가도
    분기 말이 되면 갑자기 보수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총량관리의 일환으로
    대출 속도를 조절하는 구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내 조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은행의 시기별 예산 흐름까지 고려한 전략적 대출 시기 선택이 중요해지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는
    소비자 입장에선 낯설고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금융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를 조절하기 위한 정책적 안전장치다.

     

    정부는 한 해에 시장에 공급되는 대출 총량을 설정하고,
    금융기관은 그 안에서 상품과 고객을 선별해 운영한다.
    그 과정에서 개별 소비자는 ‘정상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거절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

    이럴 땐 내 조건이 부족하다고만 보지 말고,
    “은행이 지금 여유가 있는 시점인지”를 파악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
    특히 분기 초, 상반기 초에는 상대적으로 대출 승인률이 높고,
    연말·분기 말에는 심사 문턱이 올라가는 패턴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가계대출 총량관리는
    변동은 있어도 폐지는 되지 않을 제도다.
    소비자는 이 흐름을 ‘이상한 제약’으로 보지 말고,
    금융계획의 타이밍 전략으로 활용하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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